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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상징의 세계/문화와 예술

향수의 역사 2부: 중세 시대의 '마녀의 향수'와 과학의 만남

by 마르그리트 2025.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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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어떻게 '마녀의 물약'으로 변모했을까요? 중세 시대의 흑사병과 위생 개념의 변화 속에서 향수가 겪은 부침을 다룹니다. 이후 근대 과학을 만나 다시 빛을 발하기까지, 흥미로운 향수의 역사를 풀어냈습니다.

 

천국과 지옥 사이, 잊혔던 향기

지난 1부에서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향수를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의식에 사용했음을 알아보았죠. 하지만 중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향수는 신의 영역에서 멀어지고 미신과 오해의 대상이 되기 시작합니다. 중세인들에게 향수는 때로 치료제였지만, 때로는 신의 뜻을 거스르는 마법의 물약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오늘 2부에서는 중세 유럽의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향수가 겪었던 위기와 부활의 과정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특히, 흑사병이라는 거대한 재앙이 향수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후 근대 과학의 발전이 향수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웠는지 그 흥미로운 전환점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중세 시대, 잊혔던 향수

고대 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하면서,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죄악시되었습니다. 이는 향수 문화에도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 향수의 쇠퇴: 중세 유럽의 기독교 교리에서는 몸의 청결보다 영혼의 순결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로 인해 목욕과 같은 위생 관념이 쇠퇴했고, 자연스럽게 향수 문화 역시 잊히는 듯했습니다. 향수는 세속적이고 퇴폐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궁정이나 일부 귀족층에서만 은밀하게 사용되었죠.
  • 십자군 전쟁의 재발견: 하지만 11~13세기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인들은 이슬람 세계의 발전된 향수 문화를 접하게 됩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이미 알코올을 이용한 향수 제조 기술이 발달해 있었고, 유럽의 귀족들은 동방의 신비로운 향에 매료되기 시작했습니다.

 

 

십자군 전쟁과 유럽: 신의 이름으로 휘청인 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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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흑사병과 '마녀의 향수'

14세기 중반, 유럽을 휩쓴 흑사병(Black Death)은 향수의 위상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 질병으로부터의 보호막: 당시 사람들은 흑사병이 '나쁜 공기(Miasma)'를 통해 전염된다고 믿었습니다. 악취가 병을 옮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강한 향기를 몸에 지니면 질병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이로 인해 향기 나는 약초, 꽃, 향수 등이 큰 인기를 끌었고, 향수 애호가들은 자신의 몸에 향수를 뿌리고, 향이 나는 오렌지나 꽃을 들고 다녔습니다.
  • 마녀의 물약, '포마드'와 '아쿠아 미라빌리스': 흑사병 시기에는 향기 나는 연고인 '포마드(Pomade)'나 액체 형태의 '아쿠아 미라빌리스(Aqua Mirabilis, 놀라운 물)'가 치료제처럼 사용되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향수를 만들어 팔며 큰돈을 벌었는데, 당시 종교적 관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치유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마녀가 만든 물약'으로 오해받기도 했습니다. 향수는 신에게 바치는 성스러운 존재에서, 때로는 질병을 막는 기적의 치료제로, 때로는 마녀의 주술적인 도구로 인식되는 이중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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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과학의 빛, 향수를 예술로 바꾸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향수는 다시 한번 극적인 변화를 맞이합니다.

3.1. 증류 기술의 발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증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향수 제조가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카트린 드 메디치는 16세기에 프랑스로 시집오며 전문 조향사를 데려와 향수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그녀가 살았던 그라스(Grasse) 지역은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꽃 덕분에 세계적인 향수 산업의 중심지가 됩니다.

3.2. 최초의 알코올 향수, '헝가리 워터'

14세기 헝가리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해 만들어진 '헝가리 워터(Hungary Water)'는 향료를 알코올에 희석한 최초의 근대 향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향수가 오일이나 연고 형태에서 벗어나 액체 형태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알코올을 사용하면서 향수를 몸에 바르는 것이 더욱 위생적이고 편리해졌고, 향수 문화는 다시 대중에게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 흑사병을 이긴 향기, 과학을 만나다

중세 시대의 향수는 흑사병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신성함과 주술적인 오해 사이를 오갔습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에 과학적 지식이 발전하면서, 향수는 단순한 미신을 벗어나 체계적인 제조 기술을 갖춘 근대적인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알코올을 활용한 향수 제조법은 향수 문화가 대중화되는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다음 3부에서는 향수가 패션과 예술, 그리고 왕실의 권력을 상징하는 도구로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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