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3 아이덴티티(Split)'을 통해 본 다중인격장애(DID)의 진실

영화 '23 아이덴티티(Split)' 속 주인공 케빈의 다중인격은 과연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심리학 관점에서 DID(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분석하며, 영화가 보여준 진실과 허구를 구분해 봅니다.

서론

2016년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23 아이덴티티』는 주인공 케빈이 23개의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으로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흥미를 유도하지만, 동시에 정신질환인 '해리성 정체감 장애(DID)'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오늘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영화 『23 아이덴티티』를 분석하고, DID에 대한 진실을 되짚어보려 합니다.

DID(해리성 정체감 장애)란 무엇인가?

DID(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과거에는 '다중인격장애'라고 불렸던 이 질환은 한 사람 안에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인격 상태가 존재하며, 이 인격들이 번갈아가며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된 원인은 대개 아동기 시절의 극심한 트라우마입니다.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자아를 분리해 내는 심리적 방어기제로 설명되죠.

 

실제로 존재하는 질환이지만 매우 드물며, 연구에 따르면 DID는 전체 인구의 1~3%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외부에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영화 속 '케빈'은 과장된 캐릭터일까?

영화 『23 아이덴티티』에서 제임스 맥어보이는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을 연기하며, 때로는 아이 같은 '헤들윅', 엄격한 여성 '패트리샤', 지적이고 논리적인 '배리', 그리고 괴물 같은 '비스트'까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DID 환자 중 일부는 각 인격이 서로 다른 나이, 성별, 심지어 시력과 언어능력까지 가지고 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처럼 초인적인 힘을 가진 인격이 등장하거나, 인격 간 변화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런 묘사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으며, 관객의 흥미를 위한 극적 장치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심리학적으로 본 인격의 분화

심리학에서는 인격의 분화를 자아 통합 실패의 결과로 봅니다. 정신분석 이론에 따르면, 자아(Ego)는 외부 현실과 내부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극심한 외부 위협이나 내면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자아는 이 상황을 버티기 위해 분열을 택하게 됩니다.

 

DID 환자는 이처럼 고통스러운 기억을 견디기 위해 자신 안에 '다른 사람'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현상은 억압, 해리(dissociation), 전치(displacement) 등 다양한 방어기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특히 해리는 기억과 정체성의 단절로 이어지는 특징적인 반응입니다.

대중문화 속 DID: 오해와 진실

『23 아이덴티티』는 흥미로운 영화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케빈은 납치와 폭력 등 범죄적 행동을 일삼는데, 실제로 DID 환자들이 일반인보다 더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을 해치거나 자해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대중문화 속 '다중인격'은 종종 괴기스럽고 위험한 이미지로 그려지지만, 이는 실제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다 정확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23 아이덴티티』는 픽션이지만, DID와 같은 정신질환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영화를 통해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고 섬세한지,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든 생존하려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치유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다르게' 행동할 때,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회적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다중인격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우리 안의 '또 다른 나'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23 아이덴티티』는 그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현실을 왜곡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심리학과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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